아홉 번의 단체사진
배드민턴 모임의 안내문에 넣을 사진을 찍은 해인은 아홉 장을 놓고 고민한다. 모두 잘 나온 한 장을 고르는 일이 운동보다 어렵다.
배드민턴 모임을 시작한 지 석 달째, 해인은 체육관 게시판에 붙일 단체사진을 맡았다. 토요일 운동을 마친 아홉 사람이 코트 한쪽에 섰다. 뒤에서 셔틀콕 하나가 굴렀다.
새 회원을 받는 안내문이었다. 모임 시간과 연락처 아래에 사진 한 장을 넣기로 했다. 해인은 휴대전화를 삼각대에 고정했다. 늘 사진을 찍던 총무도 이번에는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회장 명석은 키순으로 서자고 했다. 주희는 안경에 불빛이 비친다며 자리를 바꿨다. 대호는 라켓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운동 모임이니까 드는 게 낫지 않을까요?” 명석이 대답했다. “그럼 제 것도 좀 주워 줘요.”
열 초 뒤에 찍히도록 맞추고 해인이 뛰어 들어갔다. 첫 사진에는 아홉 명이 모두 있었다. 주희만 눈을 감았다. 주희가 말했다. “방금까지는 뜨고 있었어요.” 아무도 그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두 번째에는 해인이 자리를 찾느라 대호의 발을 밟았다. 대호는 입을 벌렸고 옆 사람 둘은 웃었다. 세 번째에는 명석이 돌아오는 해인에게 조금 더 붙으라고 손을 뻗었다. 해인의 얼굴 절반이 명석의 팔 뒤로 숨었다.
아홉 번을 찍고 나니 땀이 다시 났다. 셔틀콕을 잘 받아내던 사람들이 가만히 서 있는 일에는 서툴렀다. 체육관 관리인이 멀리서 불을 하나 껐다. 다음 모임을 위해 코트를 비울 시간이었다.
신발을 갈아 신는 벤치에 모두 모였다. 해인이 사진을 넘기자 손가락이 하나씩 화면 위로 올라왔다. “이거 좋네요.” “저는 방금 전 게.” 명석이 휴대전화를 받아 들었다. “전체를 봐야죠.” 그러고는 자기 얼굴을 늘렸다.
대호는 발을 밟힌 두 번째 사진을 골랐다. 마침 머리카락이 이마를 가리지 않았다고 했다. 주희는 네 번째에서만 안경이 반짝이지 않았다. 명석은 첫 번째가 가장 단정하다며 주희의 눈은 멀리서 보면 티가 안 난다고 했다.
“멀리서 볼 거면 누구 눈이든 안 보이죠.” 주희가 말했다. 명석은 화면을 가까이 들었다가 다시 멀리했다. 총무는 사진마다 번호를 붙여 단체 대화방에 올렸다. 답장 숫자가 금세 아홉보다 많아졌다. 한 사람이 두 번 골랐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좋은 얼굴만 잘라 한 장으로 붙이면 어떠냐고 했다. 해인은 화면 속 명석의 어깨와 주희의 기울어진 고개를 번갈아 보았다. “제가 하면 목이 좀 이상해질 텐데요.” 대호가 자기 목을 움츠렸다. “전 짧게 부탁합니다.”
해인은 아홉 장을 한눈에 보려고 작은 바둑판 모양으로 나란히 띄웠다. 한 장을 고르려던 것이었다. 벤치 끝에 있던 주희가 휴대전화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잠깐, 그렇게 다시 보여 줘요.”
사진을 한 장씩 넘길 때는 몰랐다. 명석의 손이 점점 올라갔다 내려오고, 대호는 입을 벌렸다가 웃고, 해인은 매번 조금 다른 틈으로 몸을 밀어 넣고 있었다. 가운데는 그대로인데 양쪽 끝이 분주했다.
주희가 두 번째 칸의 대호를 짚었다. “여기서 소리 지른 거죠?” 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를 사진에 못 남기는 게 다행이네요.” 총무는 맨 마지막 칸에서 자신이 혼자 라켓을 반대로 들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해인은 사진 사이의 간격을 조금 넓혔다. 이어 붙인 얼굴 대신, 같은 사람들이 아홉 번 움직이는 모습이 남았다. 명석이 물었다. “한 장 고르자는 얘기 아니었어요?” 해인은 화면을 돌려 보여 주었다. “이것도 파일은 한 장이에요.”
명석은 웃지 않고 한동안 화면을 보았다. “게시판에서 얼굴이 너무 작지 않겠어요?” 해인은 보통 크기보다 크게 뽑으면 어떻겠냐고 했다. 게시판 아래쪽은 아직 비어 있었다. 연락처와 시간은 사진 밖에 따로 넣을 수 있었다.
총무가 종이 크기를 손으로 그렸다. 주희가 말했다. “얼굴을 자세히 볼 사람은 가까이 오겠죠. 멀리서는 아홉 번이나 운동하는 모임처럼 보일 거고.” 대호는 자신은 여덟 번 서 있고 한 번만 당했다고 정정했다.
해인은 바로 저장하지 않고 물었다. “각자 싫은 사진도 들어가는 건데, 괜찮아요?” 주희는 첫 번째를 확대해 보았다. 눈을 감은 자기 옆에서 명석은 누구보다 엄숙했다. “이것만 따로 올리는 건 싫어요. 아홉 장 같이면 괜찮아요.”
대호도 목을 줄이지 않는 조건으로 동의했다. 다른 사람들은 화면을 돌려 보며 자신이 어디를 보고 있었는지 확인했다. 명석은 세 번째 사진에서 해인에게 뻗은 손을 보더니 말했다. “누가 보면 제가 안 나오게 막은 줄 알겠네.”
해인은 다음 칸을 가리켰다. 팔이 내려가고 자신의 얼굴이 나타나 있었다. 명석은 두 칸을 오가며 보았다. 그러다 종이 위 제목을 짧게 써 달라고 했다. 사진을 작게 줄이지 않으려면 글부터 욕심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월요일 저녁, 해인은 인쇄한 종이를 들고 체육관에 왔다. ‘토요일 아침 배드민턴’ 아래에 아홉 칸이 놓였다. 맨 아래에는 시간과 연락처가 또렷했다. 총무가 종이를 잡아 주고 해인이 네 모서리에 압정을 눌렀다.
한쪽 끝이 조금 기울었다. 총무가 바로잡으려 하자 해인은 일단 내려와 보자고 했다. 두 사람은 뒤로 세 걸음 물러섰다. 종이가 기운 게 아니라 게시판 테두리가 삐뚤었다. 총무는 압정을 두고 신발을 갈아 신으러 갔다.
토요일에는 처음 보는 사람이 코트 문을 열었다. 안내문을 보고 왔다며 웃고 있었다. 해인은 어디에 서 있던 사람이냐는 질문을 예상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물은 것은 두 번째 사진에서 누가 누구의 발을 밟았느냐는 것이었다.
대호가 라켓을 들고 다가왔다. “아직 범인이 자백을 안 했어요.” 해인은 손을 들고 빈 코트를 가리켰다. “일단 들어오세요. 오늘은 사진 안 찍으니까요.” 새로 온 사람은 운동화를 신고 들어왔다.
운동이 끝난 뒤 주희가 자기 휴대전화로 게시판을 찍었다. 아홉 장의 사진과 종이를 붙인 압정까지 한 화면에 들어갔다. 해인이 원본 파일을 보내 주겠다고 하자 주희는 고개를 저었다. “난 이 사진으로 할래요.”
이야기 끝
Rantap 창작 이야기 · AI를 활용해 작성하고 검토했습니다. 등장인물과 사건은 허구입니다.
읽고 나서
해인은 가장 잘 나온 한 장을 고르는 대신, 모두에게 확인한 뒤 아홉 장을 함께 붙입니다. 눈감은 얼굴이나 발을 밟힌 순간도 앞뒤 장면과 나란히 놓이자, 그날 모임의 분위기를 보여 주는 기록이 됩니다.
잘 나온 모습보다 그날의 분위기를 더 잘 떠올리게 하는 기록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