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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재치창작 이야기

봉투의 새 직업

시장 노래자랑 날, 민호는 이모의 고로케 가게를 돕는다. 주문을 제대로 전해 보려고 꺼낸 종이와 펜이 뜻밖의 일을 늘린다.


시장 노래자랑이 시작되자 민호의 이모는 고로케 집게로 박자를 맞췄다. 민호는 웃지 못했다. 가게 일을 돕기로 한 날인데, 손님 입은 움직이고 귀에는 무대의 ‘당신’과 ‘사랑’만 들어왔다.

감자와 카레, 고로케는 두 종류였다. 값도 같았다. 손님들은 민호에게 주문하고 돈을 낸 뒤 옆에서 기다렸다. 이모는 작은 종이 주머니에 고로케를 담아 큰 운반 봉투에 넣었다.

“감자 둘, 카레 하나요!” 민호가 이모에게 외쳤다. 이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봉투를 받은 손님이 열어 보더니 말했다. “감자 하나, 카레 둘인데.” 무대에서는 방금 들은 후렴이 다시 나왔다.

다음 손님은 손가락 세 개를 들었다. 민호도 세 개를 들어 보였다. 이모까지 세 개를 들었다. 세 사람은 잠깐 만족했다. 감자인지 카레인지는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다.

민호는 계산대 밑에서 메모지와 굵은 펜을 찾았다. 주문을 한 장씩 적어 빈 운반 봉투 앞에 놓았다. 이모가 첫 쪽지를 읽고 엄지를 세웠다. 민호는 벌써 일을 잘하는 기분이 들었다.

세 번째 주문을 적을 때 선풍기가 고개를 돌렸다. 쪽지 두 장이 날아가 한 장은 가격표 뒤에, 한 장은 손님 신발 아래에 붙었다. 남은 봉투 세 개는 똑같이 벌어진 입을 하고 있었다.

민호가 선풍기를 끄자 이모가 이마를 닦았다. “고로케가 먼저 식을까, 내가 먼저 익을까?” 민호는 선풍기를 다시 켰다. 바닥의 쪽지를 주웠지만 어느 봉투 앞에 있던 건지 알 수 없었다.

세 손님의 주문을 다시 물었다. 한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아까는 제가 외웠는데, 종이에 쓴 걸 보니까 잊어버렸네.” 뒤에 선 손님이 휴대전화를 꺼내 자기 주문부터 적기 시작했다.

민호는 주운 쪽지 위에 빈 봉투를 올렸다. 이번에는 안 날아갔다. 그러나 이모가 봉투를 집으니 쪽지가 또 혼자 남았다. 민호는 쪽지를 노려보다가, 손에 든 펜으로 봉투를 툭 쳤다.

“이모, 주문을 여기다 쓰면요?” 그는 봉투 겉면에 ‘감자’와 ‘카레’를 나란히 썼다. 그 밑에는 숫자 칸, 옆에는 작은 네모를 그렸다. 이모가 집게를 내려놓고 봉투를 돌려 보았다.

“이건 뭐야?” “돈 받았다는 표시요. 제가 표시해서 손님한테 드리면, 손님이 봉투를 들고 이모한테 가는 거예요.” 이모는 고개를 끄덕이다 물었다. “그럼 네가 뛰어다니는 건?” “봉투가 합니다.”

다음 손님은 감자 두 개와 카레 한 개를 골랐다. 민호는 칸에 2와 1을 쓰고 손님 쪽으로 돌렸다. 손님이 손가락으로 숫자를 짚었다. 돈을 받은 뒤 작은 네모에 체크했다.

손님은 봉투를 들고 이모 앞에 섰다. 이모가 숫자를 보고 감자 둘을 담다가 민호를 불렀다. 민호의 어깨가 올라갔다. “카레 주머니 좀 꺼내 줘. 다 썼다.” 주문은 잘 도착한 것이었다.

민호는 새 봉투 몇 장에 미리 칸을 그었다. 계산을 마친 손님들은 자기 봉투를 들고 옆으로 이동했다. 이모가 담는 동안 봉투 입구를 잡아 주는 사람도 있었다. 외칠 말이 하나 줄었다.

주문을 하고 돌아서던 아주머니가 멈췄다. “카레 하나 더요.” 민호는 카레 칸의 1을 2로 고치려다가 펜을 뗐다. 덧칠하면 8처럼 보일 것 같았다. 1에 줄을 긋고 옆에 2를 썼다.

추가로 돈을 받은 민호는 체크 옆에 작은 체크를 더 했다. 아주머니가 봉투를 들여다보았다. “내 봉투는 검사도 두 번 받네.” 이모가 말했다. “졸업하려면 고로케부터 받아 가세요.”

무대에서 마이크가 삑 소리를 냈다. 모두 잠깐 얼굴을 찌푸렸다. 이모는 봉투의 숫자를 읽고 카레 두 개를 마저 담았다. 아주머니는 봉투를 접어 들고 박수 소리 속으로 걸어갔다.

점심이 가까워지자 민호의 목도 덜 아팠다. 그는 실수를 막으려고 자꾸 물었던 말을 세어 보려다가 그만뒀다. 대신 봉투 한 장을 들어 이모에게 흔들었다. 밑바닥에 구멍이 나 있었다.

“이 직원은 못 쓰겠네요.” 이모가 그 봉투를 받아 접었다. “주문은 할 줄 아는데 운반을 못하네.” 접힌 봉투는 테이블의 짧은 다리 밑으로 들어갔다. 계산할 때마다 흔들리던 동전 접시가 멎었다.

노래자랑이 끝날 무렵, 무대에서 노래하던 남자가 왔다. “감자 넷, 카레 넷.” 민호는 또렷하게 듣고도 봉투를 돌려 보여 주었다. 남자가 웃었다. “제가 그렇게 발음이 나빴어요?”

“아뇨. 아까는 사랑밖에 안 들려서요.” 남자는 봉투를 들고 이모 쪽으로 갔다. 이모가 여덟 개를 채우는 동안 그는 겉면의 빈 곳에 무언가 적었다. 민호는 사인인가 하고 몸을 기울였다.

‘집에 갈 때까지 먹지 말 것.’ 남자가 펜을 돌려주었다. “주문 하나 더요.” 그는 봉투 입구를 두 번 접고 접힌 부분을 손으로 꼭 눌렀다. 이번 주문은 민호가 전해 줄 필요가 없었다.

이야기 끝

Rantap 창작 이야기 · AI를 활용해 작성하고 검토했습니다. 등장인물과 사건은 허구입니다.


읽고 나서

민호가 주문을 봉투에 직접 적자, 따로 날아가거나 남겨지던 쪽지가 더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미 쓰던 물건에 역할 하나를 더한 작은 변화가, 모두가 주문을 확인하는 방식까지 바꿉니다.

거듭 말로 전하던 일을, 물건 하나의 쓰임을 바꿔 간단하게 만든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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