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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
관계와 오해창작 이야기

반쯤 접힌 탁자

부모님 집의 옛 방을 정리하러 온 윤재와 수연은 낡은 접이식 탁자를 두고 다툰다. 둘 다 가져갈 곳은 마땅치 않은데, 어쩐지 탁자를 접어 두기가 어렵다.


수연이 부모님 집에 도착했을 때, 오빠 윤재는 옛 방의 접이식 탁자를 반쯤 접어 놓고 있었다. 부모님은 남매가 쓰던 방을 서재로 바꾸기로 했다. 이번 주말에 각자 남겨 둔 물건을 가져가 달라는 부탁이었다.

윤재는 방 가운데에 작은 상자 두 개와 큰 봉투를 놓았다. 자기 물건은 이미 상자 하나에 들어가 있었다. 탁자 위에 있던 수연의 공책들은 다른 상자에 세워져 있었다.

“이 탁자는 네가 가져갈 거야?” 윤재가 물었다. 수연은 가방도 내려놓기 전에 탁자 다리를 보았다. “벌써 접었네.” “안 가져가면 현관에 빼 놓으려고.” 부모님이 버릴 가구를 모아 두기로 한 자리였다.

수연은 접힌 다리를 다시 폈다. 상판 한쪽에는 검은 선이 길게 남아 있었다. 어릴 때 윤재가 종이 밑에 신문지를 깔지 않고 그은 선이었다. 수연은 손가락으로 끝을 문질렀다. 윤재는 큰 봉투의 입구를 벌렸다.

“지난달에 사진 보냈잖아.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달라고.” 수연도 기억했다. 출근길에 사진을 넘겨 보고, 오래된 건 엄마가 정리해도 된다고 답했다. 그때 화면에서는 탁자가 지금보다 작아 보였다.

“직접 보고 고를 줄 알았지.” “그래서 지금 묻는 거잖아.” 윤재가 탁자를 놓자 다리가 덜컹했다. 수연은 탁자 끝을 잡았다. “가져갈게.” 윤재는 차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둘은 탁자를 접어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수연의 차 트렁크에는 빈 상자와 운동화 한 켤레가 있었다. 그것들을 뒷좌석으로 옮겨도 탁자의 긴 쪽이 입구에서 걸렸다. 수연은 다른 각도로 들어 보았다.

“뒷좌석을 접으면 되겠네.” 윤재가 말했다. 수연의 집은 작은 원룸이었다. 탁자를 놓으려면 지금 쓰는 책상을 치워야 했다. 윤재가 차 문으로 손을 뻗자 수연은 탁자를 내려놓았다. “일단 다시 올라가자.”

엘리베이터 안에서 윤재는 상판을 받치고 있었다. “집에 둘 데가 없는 거지?” 수연은 층수가 바뀌는 숫자만 보았다. “없다고 했어?” “그럼 왜 다시 가져가는데.” 문이 열릴 때까지 둘 다 말을 하지 않았다.

방으로 돌아오자 윤재는 탁자를 벽에 기댔다. 수연은 자기 공책이 든 상자를 끌어당겼다. 위에 놓인 얇은 책 한 권이 큰 봉투로 넘어갔다. 윤재가 손을 뻗어 주워 주려 하자 수연이 먼저 집었다.

“이것도 버릴 거라고 생각했지?” “아니, 떨어졌으니까.” 수연은 책을 상자에 꽂았다. “오빠는 항상 다 끝내 놓고 물어봐. 가져갈 건지, 싫은지. 나는 거기서 하나 고르면 되고.”

윤재가 들고 있던 봉투를 바닥에 놓았다. “아무것도 안 정해 놓으면 네가 와서 해?” 수연은 대답하지 못했다. 윤재는 지난주에도 부모님을 도와 책장을 옮겼다. 수연은 늦게라도 가겠다고 했다가 가지 못했다.

“내가 늦은 건 맞아.” 수연은 공책 모서리를 눌렀다. “그런데 이건 탁자만 얘기하는 게 아니야.” 윤재는 벽에 기댄 상판을 보았다. “그럼 탁자는 안 가져가고 싶은 거야?” 수연은 한참 뒤에 고개를 끄덕였다.

윤재는 웃지 않았다. 수연도 그제야 상자에서 손을 뗐다. “오빠가 골라 놓은 것 중에 필요 없다고 하면, 여기 두고 간 건 전부 쓸데없는 거였다고 하는 것 같아서.” “난 네가 또 결정 안 하는 줄 알았어.”

윤재는 자기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옷 몇 벌과 납작한 플라스틱 통이 있었다. 수연은 통을 알아보았다. 둘이 모은 동전이 들어 있던 것이었다. 이제는 빈 통이었다. “나는 이것만 남기면 돼. 탁자는 나도 둘 데 없어.”

수연은 탁자 옆 바닥에 앉았다. “그럼 이건 빼 놓자. 내 상자는 내가 다시 볼게.” 윤재는 시계를 보았다가 손을 내렸다. “오늘 저녁까지는 끝내야 해.” “응. 한 시간만 줘. 끝나면 오빠 것 옮기는 것도 같이 할게.”

윤재는 큰 봉투를 수연 옆에 두지 않고 문 쪽으로 옮겼다. 수연은 상자에 꽂힌 공책을 하나씩 꺼냈다. 잠깐 펼쳤다가 내려놓는 것도 있었고, 안쪽 주머니까지 들여다보는 것도 있었다. 윤재는 자기 옷을 접었다.

체육복 사이에서 수연의 줄무늬 양말 한 짝이 나왔다. 윤재가 건네자 수연은 받아 들고 웃었다. 짝이 없는 줄 알고 나머지를 오래전에 버렸다고 했다. 윤재는 웃다가, 어디 둘지는 묻지 않고 자기 옆에 잠깐 놓았다.

수연은 공책 두 권과 사진이 든 작은 봉투를 남겼다. 나머지는 직접 큰 봉투에 넣었다. 윤재는 빈 동전 통의 뚜껑을 닫고 자기 상자에 눕혔다. 탁자 옮길 때 눌리지 않도록 옷을 한 장 덮었다.

“탁자부터 뺄까?” 윤재가 물었다. 수연은 남은 서랍을 가리켰다. “이것만 보고.” 윤재는 먼저 현관문을 열어 두러 갔다. 돌아왔을 때 수연은 서랍을 비우고 안쪽 구석을 손바닥으로 한번 쓸고 있었다.

둘은 탁자 양쪽에 섰다. 수연이 다리를 접는데, 윤재는 상판을 받치기만 했다. 끝까지 접힌 다리가 걸쇠에 들어갔다. 윤재가 먼저 뒤로 걸었고 수연은 문틀에 부딪히지 않게 모서리를 조금 들었다.

현관에 탁자를 내려놓자 어머니가 열쇠를 쥔 채 열린 문으로 들어왔다. 상자 두 개를 보고 생각보다 많이 가져간다고 했다. 수연은 자기 상자를 가리켰다. “나는 이거 하나.” 윤재도 자기 것을 가리켰다. “나도.”

어머니가 부엌에서 물을 따르는 동안 둘은 방으로 돌아왔다. 윤재는 바닥에 남은 물건이 없는지 보았다. 수연은 줄무늬 양말을 집어 큰 봉투에 넣고, 자기 상자의 공책이 구겨지지 않게 다시 세웠다.

윤재가 테이프를 내밀었다. 수연은 공책 한 권을 더 펼쳐 보고 닫았다. “됐어.” 윤재는 그제야 상자 뚜껑을 잡아 주었다. 수연이 테이프를 길게 붙이는 동안, 그의 손은 뚜껑 양쪽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야기 끝

Rantap 창작 이야기 · AI를 활용해 작성하고 검토했습니다. 등장인물과 사건은 허구입니다.


읽고 나서

수연에게 탁자는 오래된 물건을 정리하는 일만은 아니었고, 윤재에게는 오늘 끝내야 할 일이었습니다. 마지막에 윤재가 수연의 “됐어”를 기다리는 장면은, 함께 정리하면서도 각자가 고를 시간을 남겨 두는 모습으로 읽어 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 같은 일을 하면서, 서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다르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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