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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
관계와 오해창작 이야기

우산에 붙인 쪽지

작은 책방에서 일을 시작한 지수는 출입문 옆의 노란 우산이 자꾸 눈에 밟힌다. 주인을 찾으려고 붙인 쪽지 한 장이, 생각과 다른 뜻으로 읽힌다.


책방에서 일한 지 사흘째, 지수는 출입문 옆의 노란 우산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비가 그친 지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우산은 계속 같은 책장 모서리에 기대어 있었다. 손잡이에 붙은 종이는 여러 번 젖었다 말랐는지 회색으로 일어나 있었다.

“혹시 이거 누구 건지 아세요?” 낮 근무를 마치고 가방을 챙기던 선은 우산을 한번 보고는 말했다. “아, 그거요. 거기 두시면 돼요.” 선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는 전화를 받으며 문밖으로 나갔다.

지수는 우산을 다시 세워 두었다. 책장에 닿은 끝이 미끄러지면서 노란 천이 바닥에 길게 누웠다. 지수는 그것을 일으켜 벽에 바짝 붙였다. 잠시 뒤 손님이 문을 밀자 바람에 우산이 또 넘어졌다.

마감할 때 지수는 빈 상자에 ‘찾아가실 물건’이라고 써서 계산대 아래에 놓았다. 노란 우산도 그 안에 넣었다. 잃어버린 주인이 물어보면 바로 꺼내 줄 생각이었다.

다음 날 저녁, 우산은 다시 출입문 옆에 있었다. 상자는 계산대 아래에 그대로였다. 지수는 손잡이를 들어 살펴보았다. 뜯어진 종이 아래에 누군가의 이름이 있을 법했지만, 남은 것은 번진 잉크 두 획뿐이었다.

선이 우산을 도로 꺼내 놓은 모양이었다. 지수는 아직 근무를 바꿀 때마다 무엇을 물어봐도 되는지 망설였다. 새로 온 사람이 사소한 것부터 바꾼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넘어진 우산을 매번 일으키고 싶지도 않았다.

선은 그날 일찍 퇴근했다. 계산대에는 ‘주문 책 두 권, 내일 오후 도착’이라는 메모가 있었다. 지수는 그 아래에 우산 이야기를 적으려다가 펜을 내려놓았다. 책에 관한 메모 밑에 우산까지 적으면 따지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았다.

그 대신 작은 종이에 ‘우산 주인분은 가져가 주세요’라고 썼다. ‘주세요’ 옆에 느낌표를 붙였다가 지웠다. 마침표도 넣지 않았다. 모서리를 반듯하게 접어 손잡이에 붙이고 나니 부탁처럼 보였다.

다음 날 우산은 없었다.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책장 모서리가 말끔하게 보였다. 지수는 손님들이 드나드는 소리를 들으며 계산대 아래의 빈 상자를 접었다.

금요일 저녁,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비가 창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자마자 맞은편 꽃집 주인이 앞치마를 움켜쥐고 뛰어 들어왔다. “혹시 노란 우산 없어요? 편의점에 포장 끈 좀 사러 가야 하는데.”

지수는 문 옆을 보았다. “주인분이 가져가신 것 같아요.” 꽃집 주인은 잠깐 눈을 깜빡였다. “아, 이제 빌리는 거 안 하나 보네요.” 젖은 앞머리를 쓸어 넘기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지수는 유리문 너머를 보았다. 꽃집 주인이 가게 앞에서 종이 봉투를 머리 위에 펼쳤다. 봉투는 몇 걸음 못 가서 접혔다. 지수는 자기 가방을 열었다. 아침에 우산을 챙겼는지 손을 넣어 보았지만 물병과 지갑만 만져졌다.

꽃집 주인은 금방 돌아왔다. 앞치마 윗부분이 짙은 색으로 젖어 있었다. 지수는 문을 열고 “여기 우산, 손님들한테 빌려주던 거예요?” 하고 물었다. 끈이 든 봉투를 다른 손으로 옮겨 쥐며 대답했다. “네. 저도 두 번인가 빌렸어요. 손잡이에 써 있었는데.”

지수는 문손잡이를 잡은 채 잠시 서 있었다. 손잡이에 붙어 있던 회색 종이가 생각났다. 지수는 그 종이에서 이름을 찾았고, 이름이 없자 잃어버린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비는 밤까지 그치지 않았다. 마지막 손님을 보낸 뒤, 지수는 근무 메모를 펼쳤다. 금요일 주문 수량을 적고 한 줄을 비웠다. ‘우산’이라고 쓰자 그 아래에 무엇을 적어야 할지 몰랐다. 결국 선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노란 우산, 혹시 갖고 계세요?’

답장은 몇 분 뒤에 왔다. ‘네. 쪽지 보고 집에 가져왔어요. 내일 가져갈까요?’ 지수는 화면을 읽고 또 읽었다. ‘쪽지는 제가 붙였어요. 빌려주는 우산인 줄 몰랐어요.’ 이번에는 답장이 조금 늦었다. ‘제가 말씀을 안 드렸네요.’

다음 날 선은 우산을 들고 왔다. 손잡이에는 지수의 쪽지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 종이 한쪽에 우산 천의 노란색이 조금 묻어 있었다. 선은 그것을 떼어 계산대에 놓았다.

“전에 제 우산이었어요. 집에 비슷한 게 하나 더 생겨서 여기 놔뒀거든요. 지난번에 좀 말려 놓고 제가 새 종이를 붙였어야 했는데.” 선이 말하는 동안 지수는 접힌 우산 끝을 보고 있었다.

“제가 정리하라고 한 것처럼 보였죠?” 선은 잠깐 생각했다. “누구 건지 알고 쓴 줄 알았어요. 거기 두는 게 불편하신가 보다 했죠.” 지수는 우산이 없어진 날의 말끔한 모서리를 떠올렸다. “자꾸 넘어지기는 했어요.”

선이 출입문 옆에 우산을 세워 보았다. 끝이 책장 밑을 따라 미끄러지더니 옆으로 기울었다. 두 사람은 손을 뻗었다가, 서로 먼저 잡으려는 걸 보고 멈췄다. 우산은 이번에도 바닥에 누웠다.

“이건 자리가 좀 필요하네요.” 지수가 말했다. 선은 창고에서 깨끗한 빈 양철통을 가져왔다. 처음에는 계산대 옆에 두었다가, 지나가는 사람의 발에 닿을 것 같아 문 안쪽 벽으로 옮겼다. 우산을 넣자 손잡이만 통 위로 나왔다.

지수는 새 종이를 꺼냈다. ‘빌려 가세요. 다 쓰시면 이 통에 돌려놓아 주세요.’ 다 쓰고 나서 선에게 보여 주었다. “이렇게 적으면 될까요?” 선은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젠 저도 어디 둬야 하는지 알겠네요.”

오후에 꽃집 주인이 책방 앞을 지나다가 새 통을 보았다. 문을 조금 열고 물었다. “다시 빌려도 돼요?” 지수는 계산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네. 이제 여기가 우산 자리예요.”

꽃집 주인은 손잡이에 붙은 쪽지를 읽더니 우산을 꺼냈다. 가게 밖에는 다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지수는 꽃집 주인이 우산을 펴는 것을 보고 문을 닫았다. 통에는 물기가 묻은 둥근 자국 하나가 남았다.

마감할 때 선의 메모 옆에 지수의 글씨가 더해졌다. ‘노란 우산, 꽃집에서 빌려 감.’ 그 아래에는 줄을 조금 띄워 이렇게 적었다. ‘양철통은 제가 가져온 게 아니라 창고에 있던 거 맞죠?’

휴대전화가 짧게 울렸다. 선의 답장이었다. ‘맞아요. 뚜껑은 제 서랍에 있어요.’ 지수는 서랍을 열어 뚜껑을 찾았다. 통에는 필요 없을 것 같았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 두기로 했다.

이야기 끝

Rantap 창작 이야기 · AI를 활용해 작성하고 검토했습니다. 등장인물과 사건은 허구입니다.


읽고 나서

지수는 우산의 주인을 찾으려 했고, 선은 우산을 치워 달라는 부탁으로 읽었습니다. 마지막에 양철통의 출처까지 묻는 지수의 모습은, 서로 당연하다고 여겼던 정보를 조금씩 확인하기 시작한 변화로 읽어 볼 수 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고 있다고 여겼던 일이, 나중에 다르게 드러난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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