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한 시의 신발장
구두약 냄새를 빼려고 밖에 둔 구두가, 새벽 한 시에 혼자 걸어 나간다. 다현은 슬리퍼를 신고 그 뒤를 따라간다.
다현은 구두약 냄새가 빠지라고 일 층 바깥 신발장에 내놓은 갈색 구두를 자정이 넘어서야 생각해 냈다. 두 번밖에 신지 않은 구두였다. 현관을 열었을 때, 왼쪽 구두가 먼저 신발장 밖으로 내려왔다.
뒤이어 오른쪽 구두가 턱을 넘었다. 속은 비어 있었다. 다현이 손을 뻗자 두 짝이 동시에 멈추었다가, 손끝을 피해 옆으로 나란히 움직였다. 위층에서 내려오던 여자가 물었다. “처음 보세요?”
여자는 같은 건물에 사는 정인이었다. 다현과는 택배 상자를 건네주며 인사한 사이였다. 정인은 신발장 위의 작은 시계를 가리켰다. 한 시였다. 아래 칸에서는 운동화 끈 두 개가 바닥을 더듬고 있었다.
“한 시에 여기 짝 맞춰 놓인 빈 신발들이 나가요. 다섯 시면 돌아오고요. 신고 있으면 그냥 신발이에요.” 정인은 움직이는 운동화 한 짝에 발을 넣었다. 신발은 조용해졌다. 발을 빼니 다시 상대 짝을 따라갔다.
다현의 구두는 벌써 건물 모퉁이에 있었다. 다현은 슬리퍼를 끌고 쫓아갔다. 정인이 옆에서 걸었다. “내 운동화도 나왔거든요.” 불 꺼진 세탁소 앞에서는 장화 한 켤레가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구두는 생각보다 잘 걸었다. 낮은 턱에서는 앞코를 들고, 좁은 틈에서는 한 짝씩 지나갔다. 다현은 구두를 신었을 때보다 더 자주 아래를 보았다. 구두가 전봇대 옆 젖은 돌에 올라서자 저절로 소리가 나왔다. “거긴 안 돼.”
구두를 집어 든 다현은 소매로 밑창을 닦았다. 정인은 천 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내 건넸다. 두 사람은 횡단보도 앞에서 빈 신발들이 줄을 서는 동안 수건을 나눠 잡았다. 차는 없었지만 신호는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다현이 구두를 내려놓자 왼쪽이 한 번, 오른쪽이 두 번 바닥을 쳤다. 서두르는 것처럼 보였다. 다현은 구두를 돌려 건물 쪽으로 놓았다. 두 짝은 잠깐 떨어져 섰다가 다시 놀이터 방향으로 나란히 돌아섰다.
낮에는 아이들이 뛰던 놀이터에 신발만 모여 있었다. 장화는 미끄럼틀 아래로 들어갔다 나왔고, 운동화들은 고무 바닥 위에서 짧게 달렸다. 누가 먼저인지 다투는 소리는 없었다. 바닥이 신발마다 다른 소리를 냈다.
그네 옆에는 오후에 내린 비가 남아 있었다. 가로등 하나가 넓고 얕은 물웅덩이 안에서 흔들렸다. 장화가 그 안을 첨벙 건넜다. 물결이 가라앉기도 전에 다현의 구두가 가장자리로 다가갔다.
다현은 두 짝을 품에 안았다. 구두 앞코가 팔꿈치 안쪽을 번갈아 눌렀다. 새 구두를 샀을 때 상자 안에 있던 얇은 종이를 아직도 가지고 있었다. 모양이 무너질까 봐 신발장에 넣을 때마다 속을 채웠다.
정인은 자기 운동화를 따라 그네 뒤로 갔다. 끈이 마른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다. 정인이 끈을 풀어 주는 동안 다현은 구두를 꼭 안고 서 있었다. 한쪽 앞코에 묻은 구두약이 팔에 갈색 줄을 남겼다.
“이 수건, 더러워져도 돼요?” 다현이 물었다. 정인은 자기 손의 젖은 끝을 보였다. “저도 지금 아끼는 중은 아닌데요.” 다현이 웃었다. 구두를 닦느라 두 사람의 손은 벌써 같은 색이었다.
다현은 물웅덩이 옆의 마른 고무 바닥에 구두를 놓았다. 구두는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발뒤꿈치를 들고 옆으로 움직여, 아까 멈춘 가장자리까지 갔다. 다현은 다시 들어 올리려다가 수건만 접었다.
다현은 슬리퍼를 벗어 정인의 주머니 옆에 놓고 구두 안에 발을 넣었다. 가죽은 밤공기에 차가웠다. 움직이던 앞코가 멎었다. 다현이 오른발을 들자 오른쪽만 들렸다. 이제 어디로 갈지는 다현이 정해야 했다.
물웅덩이를 돌아갈 수도 있었다. 다현은 물이 가장 얕아 보이는 쪽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 밑창에서 눅진한 소리가 났다. 다음 발을 옮기니 가로등이 흙탕물 속에서 길게 찢어졌다.
중간에서 멈췄을 때 장화가 곁을 지나갔다. 튄 물이 바지 밑단에 점을 찍었다. 다현은 바지를 걷었다. 구두 속의 발가락에 힘을 주자 새 가죽이 접혔다. 이번에는 들어서 옮기지 않고 나머지 길을 걸었다.
정인이 건너편에서 수건과 슬리퍼를 들고 있었다. 다현은 구두를 벗어 내려놓았다. 빈 구두가 물을 털 듯 앞뒤로 까딱하더니 운동화들 쪽으로 갔다. 오른쪽 뒤축에는 작은 진흙 덩어리가 붙어 있었다.
두 사람은 벤치에 앉았다. 다현이 발가락을 구부렸다 폈다. 정인은 새로 묶은 운동화 끈을 한 번 더 확인했다. 구두가 다시 물가로 가자 다현은 몸을 일으키려다가 벤치 등받이에 등을 붙였다.
신발들은 놀이터를 몇 바퀴 더 돌았다. 다현은 수건의 깨끗한 면을 찾다가 포기했다. 정인은 자판기에서 물을 두 병 사 왔다. 다현은 그중 한 병을 손목에 대고 차가운 기운을 느꼈다.
새벽 네 시가 지나자 신발들은 하나둘 놀이터를 나섰다. 올 때 뛰던 운동화도 이번에는 천천히 갔다. 다현의 구두가 보도블록 틈에서 잠깐 비틀거렸다. 다현은 손을 내밀지 않고 옆에서 걸음을 늦췄다.
건물 앞 시계가 다섯 시를 가리킬 때 마지막 장화가 신발장 안으로 들어갔다. 갈색 구두는 처음 있던 칸에 나란히 놓였다. 다현이 앞코를 건드렸지만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정인은 수건을 받아 천 주머니에 넣었다.
아침에 다현은 구두를 닦았다. 진흙은 지워졌지만 발등의 접힌 자국은 남았다. 두 번을 신었을 때 없던 선이었다. 다현은 속을 채우던 얇은 종이를 펴서 깔고, 마저 마르도록 그 위에 구두를 놓았다.
장을 보러 나갈 때 다현은 갈색 구두를 신었다. 일 층 시계는 열한 시 십 분을 가리켰다. 두 발은 다현이 움직이는 만큼만 움직였다. 현관 밖에 작은 물자국이 있었다. 다현은 평소처럼 그 앞에서 멈췄다가, 그대로 한 발을 내디뎠다.
이야기 끝
Rantap 창작 이야기 · AI를 활용해 작성하고 검토했습니다. 등장인물과 사건은 허구입니다.
읽고 나서
다현은 구두가 더러워질까 봐 안아 들다가, 직접 신고 물웅덩이를 건넙니다. 진흙을 닦아도 남은 접힌 자국은, 아끼는 물건을 실제로 쓰며 보낸 시간의 흔적으로도 보입니다.
아껴서 쓰지 못한 물건이 있다면, 어떤 날에 꺼내 쓰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