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의 동네
비가 그친 저녁, 나리는 늘 걷던 공원에서 물웅덩이 옆에 앉은 사람을 본다. 잃어버린 물건을 함께 찾아주려다가, 산책 시간을 조금 넘긴다.
나리는 공원을 한 바퀴 돌 때마다 휴대전화를 보았다. 세 바퀴면 삼십 분쯤 걸렸다. 비가 그친 저녁에도 늘 같은 입구로 들어가 같은 방향으로 걸었다. 신발 옆면에 물이 조금씩 스몄다.
두 바퀴째에 주황색 비옷을 입은 여자가 보였다. 산책로 옆으로 비켜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리가 한 바퀴를 더 돌아올 때까지도 여자는 거기 있었다. 작은 손가방은 무릎 사이에 끼워 두었다.
“뭘 잃어버리셨어요?” 나리가 걸음을 멈췄다. 여자는 물웅덩이를 가리켰다. “아뇨. 저 지붕을 찍으려고요.” 나리는 고개를 들어 나무 사이를 보았다. 어느 지붕을 말하는지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여자가 조금 옆으로 움직였다. 나리도 쪼그려 앉았다. 물속에 붉은 지붕 하나가 거꾸로 걸려 있었다. 검은 전선과 네모난 창 두 개도 보였다. 고개를 들어 다시 보니, 공원 입구 쪽 나무 사이에 같은 지붕이 있었다.
나리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자 지붕 위로 자기 얼굴이 들어왔다. 여자가 웃었다. “그쪽으로 가면 집이 없어져요.” 나리는 무릎을 뒤로 물렸다. 자기 얼굴이 물 가장자리로 밀려나고 창문이 돌아왔다.
“늘 여기서 찍으세요?” “아뇨. 오늘은 여기가 좋네요.” 여자는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 주었다. 물웅덩이는 작았지만 화면에는 지붕이 가득했다. 나리는 자기 주머니의 휴대전화를 만져 보았다.
멀리서 자전거 종이 울렸다. 두 사람은 일어서서 산책로를 비워 주었다. 여자는 손가방을 들었고 나리는 바지 무릎을 털었다. 자전거가 지나간 뒤에도 둘은 서서 물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
바람에 잎 하나가 날아와 물 위에 내려앉았다. 지붕 가장자리가 잘게 흔들렸다. 나리는 저 잎만 건져 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손을 뻗었다가 여자의 휴대전화를 보고 도로 거두었다.
“저게 있어도 괜찮아요?” 여자는 화면을 조금 기울였다. “창문을 가리지만 않으면요.” 잎이 천천히 옆으로 움직였다. 나리는 떨어진 잎을 이렇게 오래 보고 있기는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휴대전화가 주머니 안에서 짧게 울렸다. 삼십 분이 지났다는 알림이었다. 나리는 알림을 끄고 카메라를 켰다. 서서 찍은 화면에는 가로등 기둥과 운동화 끝만 들어왔다. 지붕은 찾을 수 없었다.
여자가 다시 앉았다. 나리도 나란히 앉아 휴대전화를 무릎 아래로 내렸다. 화면 한쪽에 붉은 삼각형이 나타났다. 나리가 기계를 조금 움직이자 삼각형은 다시 사라졌다. 두 사람의 어깨가 잠깐 부딪쳤다.
“제가 비켜 드릴게요.” 여자는 옆으로 물러나며 손가방을 일으켜 세웠다. 화면이 어두워졌다. 나리는 빈손으로 그늘을 짚어 보다가 말했다. “가방을 뒤쪽에 두면 어떨까요.” 여자는 자기 발 옆으로 가방을 옮겼다.
붉은 지붕과 창 두 개가 화면에 함께 들어왔다. 나리는 촬영 버튼을 누르지 않고 잠깐 보았다. 한쪽 창은 열려 있었고 다른 쪽은 닫혀 있었다. 그 사이에는 노란 수건이 걸려 있었다.
그때 아이 하나가 산책로를 벗어나 물웅덩이로 뛰어들었다. 물이 나리의 신발 위로 튀었다. 아이를 따라온 남자가 급히 팔을 잡았다. “죄송합니다. 사진 찍고 계셨는데.” 아이는 운동화 밑을 들여다보았다.
여자는 젖은 휴대전화를 소매로 닦았다. 나리도 일어서서 신발을 털었다. 물속에는 하늘과 흙탕물이 섞여 있었다. 아이가 돌아보며 손을 조금 들었다. 나리는 손을 흔들었다. 아이의 다른 발이 다시 물로 들어가기 전에 남자가 안아 올렸다.
여자는 시간을 확인하고 손가방을 어깨에 걸었다. “전 가 봐야겠어요.” 나리는 아직 사진을 못 찍었다고 했다. 여자는 공원 입구 뒤편을 보았다. “다음 비 오면 또 생기겠죠. 집은 그대로 있으니까.”
여자가 공원 입구로 걸어갔다. 나리는 그 자리에 조금 더 남았다. 지붕은 흐릿했고 노란 수건은 보이지 않았다. 화면을 들여다보던 나리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젖은 운동화 끈을 다시 묶었다.
끈을 묶고 일어나려는데 물 가장자리에서 작은 노란 선이 보였다. 나리는 움직임을 멈췄다. 지붕과 창문 사이로 수건이 돌아와 있었다. 아까보다 가늘었지만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것도 보였다.
나리는 한 발을 뒤로 빼고 무릎을 굽혔다. 이번에는 지붕을 가운데 놓으려 하지 않았다. 화면 아래에 자기 운동화가 남았고, 위쪽에는 노란 수건이 길게 늘어졌다. 그녀는 그대로 한 장을 찍었다.
사진을 확인하니 젖은 끈이 수건보다 크게 나왔다. 나리는 화면을 두 손가락으로 넓혔다가 원래대로 줄였다. 창문을 가리지 않는 곳에 잎도 찍혀 있었다. 사진을 지우지 않고 휴대전화를 껐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공원 밖 골목을 한 번 돌아보았다. 붉은 지붕은 보였지만 어느 대문의 집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리는 아직 덜 마른 신발로 조심해서 모퉁이를 돌았다.
저녁을 먹은 뒤 친구에게 사진을 보냈다. 친구는 바로 “여기가 어디야?”라고 물었다. 나리는 공원 이름을 쓰다가 지웠다. 대신 사진을 찍은 입구와 길을 설명했다. 친구는 그 길을 자기도 늘 지난다고 했다.
다음 날 저녁에는 둘이 함께 공원을 걸었다. 물웅덩이는 말라서 어두운 테두리만 남아 있었다. 친구가 나리의 사진과 바닥을 번갈아 보더니 허리를 굽혔다. 나리도 옆에 섰다가 같이 쪼그려 앉았다.
말라붙은 잎이 손가락에 닿았다. 두 사람 앞에는 맨땅뿐이었다. 친구가 웃으며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나리는 그 손을 잡고 일어섰다. 바지 무릎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 뒤 둘은 다음 모퉁이까지 천천히 걸었다.
이야기 끝
Rantap 창작 이야기 · AI를 활용해 작성하고 검토했습니다. 등장인물과 사건은 허구입니다.
읽고 나서
나리의 사진에는 지붕과 수건뿐 아니라 젖은 신발 끈과 잎도 남습니다. 그 사진에는 익숙한 공원에서 몸을 낮추고 기다리며, 전에는 지나쳤던 장면을 바라본 시간도 함께 들어간 것처럼 느껴집니다.
늘 지나던 길에서 걸음을 늦추거나 눈높이를 바꿨을 때, 무엇이 새로 보였나요?